공과대학 뉴스
[정우진의 로봇 이야기] 보행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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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최초의 보행 로봇 P2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등장한 후 50년 동안 가장 획기적인 기술 발전 중 하나는 바로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이다.
1996년 일본의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최초의 인간형 로봇 P2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로봇 연구자들은 쓰나미(지진해일)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인간형 로봇의 본격적인 개발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로봇의 구조 설계, 가볍고 튼튼한 소재의 개발, 빠른 움직임의 제어 등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발바닥 하나만 해도 그렇다. 발바닥이 딱딱한 금속재질이라면 발을 디딜 때마다 마치 쇠망치로 바닥을 쿵쿵 치는 것과 같은 강한 충격 때문에 로봇이나 마룻바닥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물렁물렁하게 만들면 물침대 위를 걸을 때처럼 몸 전체가 출렁거려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충격 흡수를 위해 탄성을 너무 높이면 발을 내딛고 난 직후의 반발력 때문에 바닥에서 튕겨 뒤로 넘어지게 된다. 또 발바닥이 크면 넘어지지 않게 버티는 데는 유리하지만 동작이 불편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혼다는 발바닥 설계 한 분야에서만도 수십 가지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P2가 나오기 전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이 자연스럽게 걷기란 불가능하다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혼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브레이크 스루(break-through) 기술’(기존 관념을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가진 혁명적인 기술)의 등장이다. 이후 다양한 보행 로봇이 뒤따라 나왔고 현재 많은 연구팀이 수준 높은 기술을 갖고 있다. 혼다가 기술이나 도면을 제대로 공개한 것도 아니고, 부품소재 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한 것도 아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은 스위스제 모터와 일본제 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P2 등장 이전과 이후 기술적 환경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보행 로봇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혼다의 로봇이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혁명적 기술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로봇 전문가들에게 혼다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혼다는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 전 연구자들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분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혼다는 P2 발표 전 10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기술을 축적했다. 2000년에는 P2를 소형화한 ‘아시모’를 내놓았다. P2가 걸음을 내디딘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인간형 로봇은 천천히 뛸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을 포함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대부분의 장소를 안전하게 걷도록 하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로봇 연구를 하다 보면 미지의 용량을 가진 물통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물통에 물이 가득 차 넘칠 때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채워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물통이 차서 넘치게 되는 순간 폭발적인 파급효과를 가진 브레이크 스루 기술이 되는 것이다.
로봇이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아직도 극복해야 할 많은 기술적 난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서 로봇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국민적 관심도 크다. 우리 연구자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나라 로봇기술 축적의 물통이 가장 먼저 차올라 넘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정우진 (고려대 교수·기계공학과)
중앙SUNDAY [3호, 2007-04-01]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 등장한 후 50년 동안 가장 획기적인 기술 발전 중 하나는 바로 두 발로 걷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이다.
1996년 일본의 자동차 업체인 혼다가 최초의 인간형 로봇 P2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로봇 연구자들은 쓰나미(지진해일)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인간형 로봇의 본격적인 개발은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리라고 여겼던 것이다.
로봇의 구조 설계, 가볍고 튼튼한 소재의 개발, 빠른 움직임의 제어 등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발바닥 하나만 해도 그렇다. 발바닥이 딱딱한 금속재질이라면 발을 디딜 때마다 마치 쇠망치로 바닥을 쿵쿵 치는 것과 같은 강한 충격 때문에 로봇이나 마룻바닥이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물렁물렁하게 만들면 물침대 위를 걸을 때처럼 몸 전체가 출렁거려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충격 흡수를 위해 탄성을 너무 높이면 발을 내딛고 난 직후의 반발력 때문에 바닥에서 튕겨 뒤로 넘어지게 된다. 또 발바닥이 크면 넘어지지 않게 버티는 데는 유리하지만 동작이 불편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혼다는 발바닥 설계 한 분야에서만도 수십 가지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P2가 나오기 전엔 사람과 비슷한 크기의 로봇이 자연스럽게 걷기란 불가능하다고들 생각했다. 하지만 혼다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브레이크 스루(break-through) 기술’(기존 관념을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가진 혁명적인 기술)의 등장이다. 이후 다양한 보행 로봇이 뒤따라 나왔고 현재 많은 연구팀이 수준 높은 기술을 갖고 있다. 혼다가 기술이나 도면을 제대로 공개한 것도 아니고, 부품소재 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한 것도 아니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은 스위스제 모터와 일본제 기어를 사용하고 있다. P2 등장 이전과 이후 기술적 환경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보행 로봇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혼다의 로봇이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혁명적 기술의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로봇 전문가들에게 혼다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혼다는 기본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뒤집어 얘기하면 그 전 연구자들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서두르지 않고 하나하나 차분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깨닫는다. 혼다는 P2 발표 전 10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면서 기술을 축적했다. 2000년에는 P2를 소형화한 ‘아시모’를 내놓았다. P2가 걸음을 내디딘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인간형 로봇은 천천히 뛸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을 포함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대부분의 장소를 안전하게 걷도록 하는 것이 다음 목표가 될 것이다.
로봇 연구를 하다 보면 미지의 용량을 가진 물통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물통에 물이 가득 차 넘칠 때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채워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물통이 차서 넘치게 되는 순간 폭발적인 파급효과를 가진 브레이크 스루 기술이 되는 것이다.
로봇이 일상생활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선 아직도 극복해야 할 많은 기술적 난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0대 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서 로봇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국민적 관심도 크다. 우리 연구자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나라 로봇기술 축적의 물통이 가장 먼저 차올라 넘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정우진 (고려대 교수·기계공학과)
중앙SUNDAY [3호, 2007-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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