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 뉴스

애국심으로 우수인재 유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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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김수원 고려대 공과대학장]

서울대 공과대학이 교수 채용을 못했다고 떠들썩하다. `요구 조건을 해결해서 스카우트하면 되지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수 인재를 찾기도 어렵고 그 인재를 데려올 제도도 아직 없는 것 같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는 140여 개 대학에 20만명의 대학생이 있었는데, 지금은 400여 개 대학에 350만명으로 늘었다. 정책적으로 자연계 분야 학생을 늘려 배출한 노동력과 우수 과학자 우대정책에 따라 귀국했던 인력의 시너지 효과로 한국은 1980년대 산업화에 성공했다. 세계 일등기업이 탄생하고 국내 기술이 세계를 제패한 예도 꽤나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 키워 기업체로 가는 인력을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지금도 국내 기업들은 인재가 생산ㆍ기술 개발을 할 비용만 지원할 뿐 고급 인력 교육에 투자하지 않았다. 국가의 지원도 대부분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됐다. 

기업은 대졸자들이 실험 교육을 못 받았고 현장감도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면서도 막상 채용시험에서는 전공보다 영어 성적에 치중했다. 공과대학의 중심에 있는 교수들은 교육 외에 연구ㆍ봉사도 해야 한다. 연구 분야는 논문ㆍ발명특허 등으로 업적이 발표돼 계량하기 쉽다는 이유로 교수 평가의 도구로 사용된다. 게다가 BK21이나 누리사업 등에도 참여해야 하는데 일손을 도와줄 연구원들은 국외로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 박사급 인재가 국내로 돌아오는 수가 매년 줄어들고 국내 박사들은 조건이 좋은 국외로 나가 우수 교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5개 공과대학 교수 수는 2000년 763명에서 2007년 1015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외국 유학 후 귀국하는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는 2003년 919명에서 2006년 339명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공급은 줄고 수요가 늘면 당연히 몸값이 뛰어야 시장이 형성될 텐데 교수사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왜 그럴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은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직장이었다. 연구개발에 대한 압박도 없고,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에 만족할 만한 권위와 확실한 신분보장이 주어져 돈에 큰 욕심이 없다면 교수는 할 만한 직업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신임 교수는 대부분 임용시 3년 계약을 한다. 이 기간에 논문 발표, 연구비 확보, 학생 지도뿐만 아니라 대학의 온갖 업무에 참여하도록 돼 있다. 매 학기 말이 되면 학생들에게서 강의 평가, 각 기관에서 연구결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 외에도 대학이나 학과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선ㆍ후배 교수들과 교류도 해야 한다. 

교수들이 겪고 있는 고민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자녀교육 문제다. 30대 후반에 귀국해 40대 중반이 되면 연구년으로 외국으로 나가게 되는데, 초등학교 때 부모를 따라 귀국했던 자녀들을 중학교 때 다시 데리고 나가면 결국 기러기 가족으로 살아야 한다. 

1970~80년대 국내 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한 인재를 채용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그러나 교육에 재투자를 게을리한 결과가 지금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대학들도 우수 교원 확보와 선진 교육제도 도입을 외면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고교생들이 공대로 진학하도록, 그리고 공대 재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인책과 교육 과정을 개발하지 못했다. 국외 우수 인력을 스카우트하려면 합당한 대우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언제까지 한민족의 애국심으로 해결하려 했는지 궁금하다. 

우수 교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구성원 사이에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임용 당시의 직급 연구비, 실험실 공간과 장비, 그리고 대학원생 확보 등 과연 학과장이나 학장에게 어떤 권한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원의 정의도 재정립돼야 한다. 교수의 본분은 교육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 임용 심사 때 연구능력 위주로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임용한 후 훌륭한 교수가 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급한 제도 개혁은 해로울 수도 있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은 썩을 수밖에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오늘날 한국이 있게 한 것은 의학도 아니요, 법학도 아닌 바로 공학 분야다. 이제 공과대학을 시작으로 선진화 발판을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 


매일경제 07/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