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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공학 없는 IT 산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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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LCD TV를 대형화·슬림화하는 데 유변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화학공학 없는 IT 산업은 없다  

신소재 개발 등에 필수인 ‘유변 공정 기술’ 키워야 

정보통신(IT) 산업이 발전하는 데 화공산업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그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디바이스 설계를 통한 전자산업이 그 성장을 주도하고 화공산업이 종속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IT 산업의 현안인 핵심 소재 및 부품 의존도 증가, 시장의 다양성,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단축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전자 재료 분야로 화공산업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두 산업 간의 동반 성장 체제도 구축되어 있다. 앞으로는 화공산업이 고부가가치의 소재 개발을 통해 하드웨어 부분의 발전을 주도할 것이다. 나아가 기술 간 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IT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 예로써 디스플레이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화공산업의 역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RT 디스플레이(음극선관 표시장치)가 주도하던 시대의 주요 현안이었던 평면 컬러의 구현은 흑백에서 컬러로의 RGB 형광체 개발을 통해 해결되었다. 현재의 LCD·PDP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에서의 당면 과제인 큰 화면, 슬림화는 액정 재료 및 광학 필름의 개발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정보 접근에 편의성을 제공해줄 수 있는 전자 종이, 3차원 디스플레이, FED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도 화공산업은 유기 컬러 물질, 플렉시블 기판, 유기 박막 프랜지스터(organic TFT) 등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다른 화공산업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IT 제품 역시 기초 소재 또는 물질이 최종 제품으로 탄생되기까지 물질의 유동과 변형을 수반하는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학문이 유변학(rheology)이고, 그 이론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공정을 유변 공정이라고 한다.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유변 공정 기술의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특히 유변 공정의 일종인 코팅 공정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유변학은 물질의 유동과 변형 다루는 학문


 


 
 
ⓒ연합뉴스
정보 접근에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전자 종이.
 
 
IT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개발되는 소재는 다양한 기능과 우수한 성능을 갖도록 여러 물질이 복합적으로 혼합되어 있는 다상계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내부적으로 미세한 구조를 갖고 있어 매우 복잡한 유동과 변형 특성을 나타내므로 기존 공정 설비에 그대로 적용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유변학은 바로 이러한 물질의 유동과 변형을 다루는 학문으로서 물질 내 미세 구조의 제어와 효율적인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 유변 공정 기술은 IT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으며 신소재·신공정의 개발과 함께 그 중요성이 더해가는 추세이다. 특히 제품의 성능과 기술 변화가 빠른 IT 산업에서 소재의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 기술은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유변 특성을 이용한 물질의 미세 구조 조절에 대한 사례는 복잡한 공학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람 몸 안의 혈액은 다량의 혈구를 함유하고 있어 혈액 흐름에 대한 저항도를 나타내는 점도가 상당히 큰 편이지만 가는 핏줄을 통과할 때의 점도는 이보다 상당히 작아져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한다. 이는 혈구들이 핏줄의 중심으로 모여 이동하기 때문으로 흐름에 대한 저항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유변학과 유변 공정 기술은 주로 고분자 가공 분야에서 많이 응용되어왔는데 최근 IT·BT(생명공학 기술)·NT(나노 기술) 산업 분야에서도 제품 생산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IT 산업 분야에서는 유변 공정의 한 종류인 코팅 공정에 대한 기술 확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 
코팅이란 일반적으로 웹(web)이나 기재(substrate) 위에 있는 공기층을 코팅액의 액체층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코팅 공정은 고분자가 포함된 용액·입자가 포함된 현탁액, 콜로이드 분산액 등 다양한 코팅액을 기재 위에 발라 마이크로 또는 나노 단위 이하의 액막을 형성시키는 공정을 일컫는다. 
기존 코팅 기술의 산업적 응용은 사진 인화용 필름 제조 분야에서 활발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크게 위축되었다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것이 바로 IT 산업이다. 다시 말해 디스플레이·2차 전지 등 IT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능성 필름 코팅을 위해 기존보다 더 엄격한 정밀 코팅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IT 분야에서는 고기능성 코팅 제품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빠른 생산 속도, 균일성이 보장된 마이크로·나노 두께의 박막 코팅, 양면·다층 코팅 기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환경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코팅 공정도 이의 해결을 위해 환경 친화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수용성 코팅 용매를 사용하거나 용매를 다시 재순환시키는 등의 공정 기술이 개선되고 있으며, 용매에 고분자나 기능성 입자를 첨가한 복잡 유체의 유변학적 특성을 살피는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박막이면서 균일한 코팅을 위해 공정에서 예기치 않게 야기되는 여러 불안정성을 제어하고 안정된 코팅 운전 영역을 최적화하려는 노력 또한 전개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코팅 공정이 특히 중요하다. 디스플레이는 여러 기능성 소재가 코팅된 필름이나 패널로 구성된다. 기판이 작은 경우에는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회전식 스핀 코팅 방법이 적용될 수 있으나 기판이 대형화될수록 이 방법으로 코팅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경우 얇은 슬롯이나 롤 형태의 코팅 장비를 이용해 코팅액의 유동을 제어함으로써 기판에 박막 코팅시키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전자·화공 산업은 보완·융합 통해 발전


 


 
 3차원 디스플레이·F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화공산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위는 코팅 공정 기술이 필요한 PDP 모듈 공장 모습. 
 
그러나 기재 위에 코팅액을 마이크로 또는 나노 두께로 균일하게 코팅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예를 들어 기재 위에 공기층을 액체층으로 대체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생기거나, 이물질에 의한 작은 흠집, 여러 원인에 의해 두께가 불균일해지는 유동 불안정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는 추세에 있어 이러한 결점들을 미연에 방지해 불량품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제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이는 코팅 장비 및 설비가 정밀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용되는 물질의 특성, 미세 구조, 최적 공정 조건 등에 대한 긴밀한 상호 관계가 구축되어야 가능하다. 
또 코팅 공정 중에 코팅액의 유동으로 인해 내부 구조가 변하기 때문에 유변 특성을 파악해 이를 제어하는 것이 코팅 품질과 균일성 유지에 결정적이다. 즉 균일한 코팅을 위해서는 코팅액의 미세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포함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코팅 방법의 선정 및 코팅 장비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IT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신소재·신공정의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것은 코팅 공정을 포함하는 유변 공정 기술의 개발로부터 가능하다. 특히 전자·화공 산업이 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 융합을 통해 발전해야만 국제 경쟁력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국가 핵심 산업으로서 IT 산업이 갖는 위치를 감안할 때 유변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정현욱 (고려대 교수·화공생명공학과) 

시사저널 [917호 2007년 05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