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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성능 개발에 액셀러레이터 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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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브레이크 성능 개발에 액셀러레이터 밟아라
친환경 `하이브리드 마찰재` 기술 · 소재 선점해야
미국·유럽의 자동차 전문지들은 해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주행 및 제동 성능을 측정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또 소비자 권익 보호 단체들과 자동차 관련 세계 최고 권위의 품질 조사 기관인 J.D. Power and Associates는 신차 품질결함지수인 IQS(Initial Quality Study)를 매년 발표함으로써 자동차 회사의 기술 수준을 서열화하고 있다.
이들 순위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그들이 거론하고 있는 다양한 항목 가운데 제동 관련 성능 및 품질에 관한 비중이 가속 성능·주행 특성 등과 동등하게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브레이크의 제동 성능이 소비자 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자동차의 전체 품질을 결정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브레이크의 성능은 제동 거리, 제동시에 나타나는 소음 빈도, 떨림 등의 정도로 표현된다. 이러한 제동 관련 현상은 대다수 운전자들이 쉽게 감지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흔히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운전자들은 제동시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우선 브레이크에 장착된 마찰재(라이닝 등으로 불림)를 의심한다. 마찰재가 제동시 운동 에너지를 마찰 에너지로 전환시켜 자동차의 속도를 감속하는 데 가장 직접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브레이크용 마찰재는 ‘검은 예술(black art)’로 불릴 만큼 그 속성이 복잡해 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과 경험을 요구하는 복합 기술이다. 제동시 안락함과 안전성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 흑연, 고무 분말, 캐슈(견과류 식물) 분말, 암면, 케블라 펄프, 금속 분말, 금속 섬유 등 10여 가지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며 페놀 수지를 이용해 성형한 후 열처리를 거쳐 만들어진다.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석면 규제 이후 현재 자동차에 장착되는 비석면 계열 마찰재는 강철 섬유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 논스틸(non-steel) 마찰재와 강철 섬유가 내재되어 있는 로스틸(low-steel) 마찰재로 크게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두 마찰재가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유럽 출시 자동차는 로스틸 마찰재를, 일본·미국의 자동차는 논스틸 마찰재를 주로 사용한다.
국내에서 주로 쓰는 논스틸 및 로스틸 마찰재는 마찰 특성 면에서 상이한 양상을 보여준다. 일본을 중심으로 개발된 논스틸 마찰재는 정숙도 및 디스크 대면 공격성의 측면에서 뛰어난 특성을 나타내고, 로스틸 마찰재는 제동 거리 및 수명의 측면에서 우수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마찰재는 고유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서 이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하이브리드(hybrid) 마찰재’를 개발하기 위해 전세계가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마찰재 기술은 국제 경쟁력을 감안하면 약 85%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내 제조 업체들이 중소기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기초 연구 및 체계적인 연구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해외 선진 마찰재 업체들과 기술 계약을 맺고 최고의 품질을 요구하는 완성차 업체에 대처하고 있다. 국내 마찰재 매출은 연간 3천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자동차 평균 성장률 11.4%를 감안하면 2010년에는 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006년 소니코리아는 하이브리드 그래픽 시스템을 갖춘 노트북을 출시했다. | ||
국내 마찰재 기술 경쟁력, 선진국의 85% 수준
이러한 매출 성장세는 기술 이전료의 증가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통상 기술이전료가 매출의 2.5%임을 감안하면 기술 이전료로 해외에 지출되는 액수는 100억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게다가 기술 이전은 사용 원료를 지정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요소가 되는 원소재 수입에 따른 무역수지 관점에서의 손실이 기술 이전료보다 더 크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 의존성은 마찰재 제조 업체의 기술적 독립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내 원소재 생산 업계에도 타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종속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찰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마찰재 개발 관련 연구 지원이 거의 없었으며 이는 국산 마찰재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국가 주도로 마찰재 연구센터를 지정하고 꾸준한 연구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마찰재는 자동차·철도·항공기·중장비·엘리베이터 등 다양한 수송 기기와 가전제품의 제동 장치에 필요한 범용 부품이다. 특히 수송 기기의 경우에는 제동 중량, 장착 위치에 따라 각각 제동 조건이 달라져 상이한 마찰 특성이 요구되며 그에 따라 다른 소재가 사용된다.
다양한 온도·압력·습도·속도 조건에서 우수한 제동 특성을 나타내는 마찰재의 개발은 고속철도용 마찰재, 항공기 및 군사 무기용 마찰재뿐만 아니라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탄소-세라믹 브레이크용 마찰재의 개발에도 확대 적용되어 기술 수요에 대한 성장 잠재성이 매우 크다.
특히 마찰재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부품으로 알려져 왔다. 마찰재에 강화 섬유로 사용되는 석면이 그 대표적 일례이며 석면 사용이 금지된 후에도 마찰재의 중요 원료로 이용되는 침상 세라믹 섬유 및 구리 등의 중금속 오염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침상 세라믹은 공기를 통해 우리 폐부에 침투해 발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계의 보고에 따라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 마찰재가 포함하고 있는 구리 등의 중금속은 제동시 도로에 미세 분말로 배출된 후 강물을 오염시켜 결국 환경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환경을 고려한 이러한 원료 규제는 마찰재 연구 개발 담당자들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침상 재료 및 중금속 함유 원료들이 마찰재의 수명과 마찰 특성을 향상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료를 배제하고 우수한 제동 특성을 유지하는 마찰재 개발이 앞으로 전개될 마찰재 개발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마찰재가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마찰재 기술의 핵심은 기존 마찰재들의 장점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첨단 신소재를 새로 적용하고 원료 변화에 따라 수반되는 제조 기술의 혁신에 있다. 차세대 마찰재 개발에 관한 이러한 추세는 국내 마찰재 업계가 연간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시장에 뛰어들어 마찰재 기술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학·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통해 최단기간에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마찰재 관련 기술 경쟁력의 확보는 국내 자동차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하이브리드 마찰재 기술을 전세계에 수출함으로써 외화 획득에도 앞장서게 될 것이다.
장 호 (고려대 교수·신소재공학과)
시사저널 [920호 2007년 06월 0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