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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노트 필기, 세계가 함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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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열린 수업 자료 나눔 운동`은 대학의 수업 계획표, 시험 문제 등을 개방해 고급 지식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1999년 미국 MIT대학에서 맨 처음 시작되었다

"MIT 노트 필기, 세계가 함께 보자"  

대학 수업 자료 공개하는 OCW 운동 확산...지식 ·정보 빈부격차 해소에 큰 도움 

우리나라의 정보 기술은 그 수준과 인프라 면에서 세계적이다. IT(정보통신) 강국으로 꼽힌다. 
초등학교는 교육 자료가 모두 전산화되어 있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해도 수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초·중·고교 및 사교육 시장에서의 학습 자료 활용 수준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Open Course Ware’(OCW). 우리말로 ‘열린 수업 자료 나눔 운동’이다. 지난 5월1~2일 스페인 산탄데르에서 OCW 세계학회가 열렸다. OCW 운동에 참가한 전세계 대학·교육 관계자들이 모여 OCW 운동에 대한 전략적·기술적 경험과 활용 방안 등을 토론했다. 100달러짜리 노트북을 개발해 아프리카 등의 정보 후진국에 보내 가난과 질병의 굴레를 끊게 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운동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교육 자료의 공유는 결국 나눔의 정신을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다. 
OCW는 1999년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MIT는 대학 수업 자료를 활용하는 수익 사업을 검토했다. 그러나 수개월에 걸친 컨설팅 결과 “수업 자료 공개를 수익 사업으로 하기보다는 차라리 수업 자료를 공개하고 동참자를 구하는 것이 세계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MIT에서는 수업 자료를 PDF·동영상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수업 자료는 한 학기 중 수업에서 사용된 공책 필기, 시험 문제, 수업 계획표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포트폴리오로 정의되었다. 공개에 필요한 지적재산권 문제 등도 포함된다. 2007년 4월 현재 MIT OCW(http://ocw.mit.edu)에는 1천5백 개의 대학 수업 자료가 공개되고 있다.  
MIT OCW 운동은 미국 내 다른 유명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수업 자료를 공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 세계 운동(www.ocwconsortium.org)으로 확산시키고 있어 영향력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OCW 컨소시엄에는 아시아·유럽·남미·아프리카 등 전세계 1백9개의 학교와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일부는 지역 언어로 번역되기도 한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등의 참여도 활발하다.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중국 내 대학의 OCW 자료를 통합하고 있다(www.core.org.cn/ cn/jpkc/index_en.html). 일본은 대학총장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수업 자료를 공개해나가고 있다(www.jocw.jp). 타이완은 젊은 재벌 총수의 지원에 힘입어 타이완 내 대학의 수업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http://ocw.nctu.edu. tw/main.php). 베트남은 정부 주도로 베트남 내 대학 수업 자료와 전자 학습을 연계시키고 있다(voice.net.vn/index.htm). 
OCW 운동은 정보화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유럽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네덜란드·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 등에서 참여했고 특히 영국과 네덜란드의 몇몇 대학은 OCW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OCW 운동은 전략적 면과 기술적 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전략적 면에서는 어떻게 오랫동안 지속할 것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등이 연구 대상이다.


위키피디아 등 개인 간 지식 나눔 운동도 활발
기술적 면에서는 공개된 자료의 활용, 형식, 언어, 지적재산권, 변환의 용이성, 언어 간 번역 등 자료 공개의 효율성 및 호환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지식을 나누는 데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대학 교육 자료가 공개되면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생들은 권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 등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폐쇄된 공간과 제한된 시간 내에서 습득한 지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평생 교육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OCW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강의실에서만 활용되는 교육 자료를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진도에 맞춰 잘 정리된 공책 필기, 출처를 제대로 밝히는 등 타인의 저작 결과물에 대한 존중,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의 범위에 대한 친절한 안내, 시험 문제 유형, 보조 자료 등이 잘된 포트폴리오의 하나로서 정리되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최근 각 대학에서 실시 중인 공학 인증 체계처럼 참여 자체가 대학 교육에서 질적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EBS 교육방송이 대학 입시 관련 방송을 확대하는 것은 정보의 빈부 격차 해소 차원에서도 효용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들에 의한 지식 나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는 수많은 저자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자료가 업데이트되고 사전 형태로 채워진다. 자료 입·출력 자체가 공개된 형태를 취하고 있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방대한 자료가 구축되어 있다고 할 정도이다. 위키 형태의 자료는 지적재산권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검색 엔진을 통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OCW 학회가 끝날 무렵, MIT에서 OCW 대외협력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스티브 카슨이 한국에서 보내온 것이라며 e메일 한 통을 보여주었다. 누군가가‘MIT가 공개한 수업 자료를 책으로 출간해 수익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 내용이었다. 카슨은 지식을 나누고자 하는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교육 자료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는 운동에서도 한국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앞으로는 정보통신 기술 자체보다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에서도 시급한 일이다.  
글로벌 시대의 교육 문제는 공개된 수업 자료, 활발한 수업 교류 등을 통해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나눔의 정신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그리고 소외된 계층 모두에게 지식을 전파해 ‘가난과 굶주림의 고리를 끊자’는 데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본다면 글로벌 시대의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지식을 공개하면서 상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두 개 단체에 의한 영향력보다는 함께 모여서 구성하는 세계의 영향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OCW 운동은 분명히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국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요청받고 있는데 제3세계 등에 대한 영향력이 효과적임을 고려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민족, 같은 언어인 남북한이 나뉘어 있으면서 향후 활발한 교류가 예상되는 만큼 교육 자료의 공유는 공동 발전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더욱 의미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의 후손들, 현재의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공개된 교육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식을 나누는 일은 그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귀중한 것이다. 수익성 창출이 국부와 산업 발전에 중요하지만, 위키피디아의 효용성처럼 열린 지식 공간과 공생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의 개발이 가속기 입자 물리학자들의 지식 교환 필요성에 의해 시작되었고 그것을 공개함으로써 수많은 이윤 창출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돌이켜본다면 교육 콘텐츠의 공개는 인류 공영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창출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규태 (고려대 교수·전기전자전파공학부)  

시사저널 [921호 2007년 06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