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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원하는 인재는…남 배려할줄 아는 따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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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과학자, 과학을 말하다 / 이관영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장◆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교통혁명을 거쳐 20세기를 대량 생산의 시대로 이끌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유래 없는 급속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20세기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변화가 산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동참하며 대처하는 것만이 지속적으로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세계 일류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길이 될 것이다.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는 한국의 청소년들도 사회의 변화는 무엇이고, 또 미래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면서 자기계발에 진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개방형 연구ㆍ개발 방식인 C&D 개념도.

◆ P&G가 주목받는 이유는? 

= 20세기 산업과 대비되는 21세기 산업 변화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지식경제의 시대에서 창의력 경제의 시대로, 기술중심에서 소비자중심으로 변화가 그것이다. 

소비자중심의 산업에서는 창의적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과거 기술에 기반을 둔 사회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문화ㆍ서비스와 기술의 융합사회, 글로벌 사회, 창의적 기술개발 사회로 세계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글로벌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P&G는 기업 이름보다는 상품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독특한 기업이다. 

전 세계에서 매출을 10억달러 이상 올리고 있는 상품이 16개나 되는 초일류 기업이다. 종이기저귀 종이타월 커피 세제 샴푸 비누 감자칩 치약에 이르는 수많은 소비재와 화학 관련 제품이 바로 P&G의 1등 상품이다. 

P&G의 CEO인 래플리 회장이 제안하는 `C&D(Connect and Developㆍ연결 후 개발)`는 기존의 `R&D(Research and Developㆍ연구개발)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자사의 지적 재산과 타사의 지적 재산을 조합해 더욱 뛰어난 제품을 개발하는 개방형 R&D를 지칭한다. 

기존 R&D가 철저한 보안 속에 자체 연구 개발을 거쳐 상품 개발이 이루어지는 `폐쇄형 개발(Closed Innovation)`이었던 데 반해 C&D는 타인의 기술이나 상품을 자사의 지적 자산에 접목시켜 새로운 상품 개발을 하려는 `개방형 개발(Open Innovation)`이라 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만든 전동칫솔 `크레스트`는 회전형 장난감을 생산하던 중소기업의 기술을 도입해 경쟁사 제품에 비해 10분의 1 가격에 만들어졌다. 감자칩에 글자를 써 넣어 대히트를 기록한 `프링글스`는 이탈리아 작은 빵집의 식용 잉크 분무 기술을 자사 제품에 접목시켜 만든 상품이다. 

이렇게 C&D는 앞에서 설명한 21세기 사회적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 개발 모델이라고 평가받는다. 혁신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상대적으로 `열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산학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예측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 21세기 인재상은? 

= 21세기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일까? C&D로 대변될 수 있는 21세기 산업의 변화에 필요시되는 자질로는 창의성과 전문성,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 성숙한 사회로 들어서며 중요시되는 도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미래 인재의 자질이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과 글, 독서와 토론,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 이들의 기본에는 논리성이 있어야 하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 발달로 우리는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키워드만 치면 어떠한 지식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마치 혼자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또 저출산, 핵가족화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사회는 물론 가정에서도 대화가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산업의 발전에 필요시 되는 인재상과는 다른 오히려 반대 방향의 또 다른 사회적 환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인재상과 청소년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 간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과연 한국의 교육과 대학이 미래의 인재상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면서 이런 인재를 키워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자랑하는 우수 고등학교의 교육 내용을 보면 독서와 토론, 그리고 에세이(우리로 말하면 논술)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미래 인재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교육 내용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수학 물리 화학 등 자연 과학을 학문의 기본으로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학문의 기본에는 논리(logic)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자연과학은 중간 과정, 즉 절차가 틀리는 경우 절대로 정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말과 글도 같은 원리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논리성으로, 논리성이야말로 대화의 시작이자 토론 설득 소통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 사회와 교육 환경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 그리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교육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현재 입시 교육은 시험에서 틀리지 않게 하는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고 있고, 나아가 교육에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참된 경쟁을 도외시하고 있다. 과정을 중요시하지 않고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위 친구들과 함께 노력해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참된 승자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참된 경쟁 정신이 우리 교육계에서는 실종된 지 오래다. 사교육 심화를 고교 간 학력 차를 없애는 평준화로 풀려고 하는 현 교육 시스템으로는 진정한 미래의 지도자를 만들어 낼 수 없다. 

◆ 변화에 동참하자 

= 최근 대학에서는 학문의 소통, 학제 간 융합과 같은 기존의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서는 소통에 대한 시도가 한창이다. 전공을 두 개씩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기본적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을 습득하는 것은 창의성과 변화에 대한 적응성 등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누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의 중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면보다는 누가 가능한 많은 정보 제공처를 확보하고, 또 그 정보를 이해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느냐가 지도자의 중요한 역량이 될 것이다.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이 이 같은 사회적 변화가 요구하는 자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방향성 있는 자기계발에 매진했으면 한다. 


■ He is… 

이관영 고려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화학공학의 핵심 주제 중 하나인 촉매 분야 전문가다. 2004년 출범한 고대 산학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그는 대학이 가진 우수 기술을 산업계와 연계해 주는 구실을 맡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학협력단은 고려대학교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2003년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2004년 출범한 독립적인 조직이다. 연구소에서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산업 및 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성과를 대학이 내놓아야 한다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미 산학협력단을 통한 고려대의 국내외 특허출원 건수는 2003년 71건에서 2005년 15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지난해에는 294건까지 증가했다. 특허등록 건수도 2005년 40건, 2006년 123건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과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내 10여 개 대학이 벤치마킹을 위해 협력단을 다녀갔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학사ㆍ석사 △도쿄대 합성화학과 박사ㆍ연구원 △피츠버그대 화학과 방문교수 △미국 퍼시픽노스웨스트국립연구원 방문연구원 △고려대 산학협력단장(2004년~현재)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1994년~현재)

[매일경제 0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