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학 뉴스
휴대전화로 불 켜고 로봇이 병 고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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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휴대전화로 불 켜고 로봇이 병 고치고...
정보 기술이 만들어낼 `마법 같은 미래`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손쉽고 편리한 연산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1946년께에 이르러 현대 컴퓨터의 기원인 ‘에니악(ENIAC)’을 탄생시켰다. 에니악은 1만8천여 개의 진공관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무게가 30t이나 되는 거대한 계산기였다. 에니악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행할 때마다 수천 개의 스위치와 회로를 변경시켜야 했다.
초기 컴퓨터에서 사용되던 진공관에 불안정한 점들이 나타나자 과학자들은 진공관을 대체할 방법을 찾기 시작해 1947년 12월 벨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마침내 반도체의 꿈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이 발명품을 ‘트랜지스터’라고 명명했다. 그 장점은 작게 만들 수 있고, 소비 전력이 매우 낮을 뿐 아니라 예열할 필요도 없고, 지나치게 가열되지도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 트랜지스터는 1953년 보청기에 처음 사용된 이후 수많은 전자 제품의 탄생에 기여하고 있으며 오늘날 정보 기술혁명의 근간이 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은 1년 반 내지 2년마다 성능이 두 배 정도씩 향상되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발전해왔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반도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오늘날의 정보 기기들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기기들 없이는 불편해서 살아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앞으로 60년 후에 쓰일 미래의 정보 기기가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지를 상상해보자. 우선 아침에 일어나 전등·전열 기구를 켜기 위해 집안을 돌아다닐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휴대전화와 같은 단말기에 집의 지도가 그래픽으로 나타나고 모든 가전 제품 및 스위치의 정보가 그 지도상에 표시된다. 침대에 누워 거실의 등을 켜고, 커피 메이커의 스위치를 올리고, 온수 보일러의 전원을 켤 수 있다. 아침에 문밖에 나가 신문과 우유를 갖고 오는 지금과 달리 미래에는 가정 로봇이 밖으로 나가 신문과 우유를 가져오며 아침식사도 마련해줄 것이다. 또 그날의 일정을 로봇이 요약해 설명해주기도 할 것이다.
오늘의 건강 상태를 알기 위해 센서가 부착된 소형 로봇을 먹기도 하고 몸에 센서를 붙이기도 한다. 센서로부터 얻어진 신체 정보는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달되어 의사가 원격지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그날의 추천 식단 등을 소개하며 건강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 자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로부터 전달 사항이 내 단말기에 표시되고, 아이들의 가방 속에 있는 준비물과 비교해 이상이 없는지 자동으로 점검해주기도 한다.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아침과 비교해보면 꿈같기만 할 것이다. 미래의 생활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출근길 운전자들에게 자동차가 스스로 목적지에 가장 편리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다른 자동차들과의 교신을 통해 사고의 위험도 줄여준다. 현재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단말기에 부착되어 있는 것과 달리, 자동차의 앞 유리에 실제 화면과 지도 화면이 어우러져 길 안내를 해줄 것이다.
|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난 2월28일 도쿄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신개발품 홍보 행사 중 한 남성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다. | ||
이처럼 미래의 생활을 좀더 빨리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가정 내 스위치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가전 제품 및 전등 등의 스위치에 GPS를 부착한다. GPS를 통해 얻어진 위치 정보는 스위치의 식별 정보와 더불어 단말기로 전송된다. 전송된 정보는 주택의 그림 정보와 함께 단말기에 그래픽으로 표시되고 사용자가 스위치를 제어할 수 있게 한다. 단말기와 스위치 간의 연결은 ‘지그비(ZigBee)’라고 불리는 통신 프로토콜을 활용하고 센서 네트워크의 개념을 이용해 구축한다.
헬스 케어의 발달과 더불어 가정에서 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당뇨 센서 등도 개발되어 있다. 인체 내의 상태를 살펴서 병든 부위를 치료할 수 있는 미세 로봇도 연구 중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 동물 등에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유의 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할 수 있는 RFID(Radio Frequency ID) 기술 등이 개발되고 이미 물류 시스템 등에 적용되고 있다. 또한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을 이용해 근거리에 위치한 메모리 칩의 정보를 내 단말기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거리의 영화 광고판에 부착된 메모리 칩을 읽으면 예고편을 볼 수 있는 식이다. 어디에나 쉽게 장착할 수 있도록 휘어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 인류 미래 모습을 그린 영화 <아이, 로봇>의 한 장면. | ||
예를 들어 얼마 전 국내에서 상용화를 개시한 WCDMA의 경우 우리나라만이 여러 가지 이유로 ‘USIM(범용 사용자 식별 모듈)’에 잠금 장치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업자, 통신 단말기 제조사 간에 아직도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하고 있다. 잠금의 이유는 USIM을 도난당했을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의 제도·문화·사회규범과 기술 간에 사고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좀더 나은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문학·사회학·법학 등의 분야와 연계해 미래의 생활을 예측하고 미래 생활의 콘텐츠를 찾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 그렇게 될 때 진정한 미래 기술의 선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선욱(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시사저널 [910호 2007년 03월 2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