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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층 아파트'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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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타이베이 101` 높이가 5백8m, 총 1백1층이다.
`5백층 아파트` 멀지 않았다
미래 도시 키워드는 `메가 스트럭처`...`한 건물 30만명 거주`도 실현 가능
1927년에 발표된 프리츠 랑 감독의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는 당시로부터 꼭 99년 후의 세계인 2026년의 미래 도시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도시의 미래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와 이들을 연결하는 기차,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비행기,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행렬 등등…. 오늘날에는 별반 새로울 것도 없지만 당시로서는 꿈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영화는 훗날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나 <블레이드 러너>(1982)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SF 영화의 할아버지답게 당시에 상상할 수 있던 기술을 집적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가 제작되던 1920년대 후반의 도시는 신기술로 넘쳐났다. 헨리 포드가 만들어낸 포드 T형 자동차는 서서히 대중화되어 가고 있었고, 막 등장한 냉장고는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자동차를 타고 좀더 멀리 출퇴근할 수 있게 된 남자들과 날마다 시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된 여자들은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 집을 갖고자 했다. 따라서 도시는 교외로 마구 확산되기 시작했다. 도심에는 더 높은 그리고 더 큰 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섰으며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의 철저한 분리로 인해 도심의 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준공된 것이 1931년이니 이미 마천루도 실현 가능한 기술로 다가서던 때였다.
7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도시는 프리츠 랑이 상상하던 것 이상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비행기가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던 미래 도시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다 실현되었다. 한국만 하더라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반경 3시간의 거리에는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40개 이상이나 있다. 곧 5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인구가 3천만명이나 되는 도시도 등장했다. 뉴욕과 도쿄를 3시간에 주파하는 비행기가 개발 중이고, 남한 전체는 이미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체감 거리만 좁아진 것이 아니다. 저녁 먹고 이웃집에 놀러 다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동네에서 이웃을 찾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이웃을 사귀고, 여차하면 동아리를 만들며 모여 산다. ‘사이버 시티’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듯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100년 후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의미하기조차 하니, 아쉬운 대로 지금 도시에 출현하고 있는 신기술만 몇 가지 들여다보자.
첫 번째는 거대 구조물, 즉 메가 스트럭처(Mega Structure)의 출현이다. 몇 년 전 붕괴되었던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센터(1백10층)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백2층)은 수십 년간 대표적인 초고층 건물이었다. 그만큼 100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예전에도 1.6km의 높이를 갖는 단일 건물로 도시를 만든다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1마일 도시’나 피터 쿡의 ‘움직이는 도시’ 같은 거대한 구상들이 있었으나 이 구상이 나오던 1950~60년대의 기술로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100층 이상의 건물 수십 동이 시공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2007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타이완의 ‘타이베이101’(1백1층, 5백8m)이지만 이 기록은 몇 년 안에 바뀔 것으로 보인다. 피터 쿡의 구상은 아직도 실현되기 어려우나, 적어도 라이트의 계획안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라이트의 구상을 훨씬 뛰어넘는 계획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몇 가지만 추려보자.
우선 ‘아에로폴리스(Aeropolis) 2001’이 있다. 2001년 도쿄에서 발표된 계획으로 2천1m 높이, 5백 층 정도의 건물에 약 3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하나의 도시이다. 5백 층은 현재 기술로도 만들 수 있는 높이로 알려졌는데,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하나의 건물에 우리나라 원주시보다도 많은 인구가 거주할 수 있다.
‘트라이(TRY)-2004’도 도쿄에서 발표되었는데 일본의 시미즈(淸水)건설이 주도한 이 구상은 피라미드 모양의 미래 도시로 높이는 약 2천m에 달하고, 건물군을 묶어놓은 새로운 피라미드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두 번째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 (2005년)의 첫 장면은 침대에서 일어난 주인공에게 컴퓨터가 당일의 온도와 습도를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화장실에서는 그날의 컨디션과 건강 상태가 아울러 파악된다. 부엌의 냉장고는 그 속에 든 재료로 조리할 수 있는 요리의 종류와 조리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론 선택은 주인의 몫이다. 이것은 미래 기술이 아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실험 중인 지능형 주택이 갖고 있는 기능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주택은 사람의 뜻에 따라 지어지고 배치되며 부수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며 관리하는 매니저와 같은 존재로 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고령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우리는 더욱 영리한 주택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택은 그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공간으로 기능이 바뀌게 된다. 이런 기술은 주택에만 적용되지 않고, 도시 공간으로 확대된다.
유비쿼터스 기술이 그것이다. 유비쿼터스란 물과 공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인데, 유비쿼터스가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하면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컴퓨터를 이용하거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으로 바뀐다. 유비쿼터스는 최근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라 단순 개념에서 벗어나 일상에 급속히 적용되고 있는데 도시에 적용된 것이 바로 ‘유시티(U-City)’의 개념이다. 유시티란 도시 기능과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기존의 정보 인프라를 혁신하고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시 내 주요 시설에 접목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어딘가를 가다가 길을 잃어버렸을 때 찾아갈 목적지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얻는 편리함, 길거리나 집에서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신속함, 방범과 안전에 대한 모니터링이 곳곳에 구비되는 안전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80년 전에 프리츠 랑이 영화에서 묘사한 도시나 50여 년 전에 라이트가 구상했던 도시는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화젯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메트로폴리스나 1마일 도시는 더 이상 상상 속의 도시가 아닌 현실이며, 이보다 더한 거대 규모의 구조물들이 우리 도시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당시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은 이제 우리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덕분에, 오늘날 영화감독들이 99년 후의 도시를 무대로 삼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김세용(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시사저널 [909호 2007년 03월 19일]
`5백층 아파트` 멀지 않았다
미래 도시 키워드는 `메가 스트럭처`...`한 건물 30만명 거주`도 실현 가능
1927년에 발표된 프리츠 랑 감독의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는 당시로부터 꼭 99년 후의 세계인 2026년의 미래 도시를 무대로 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당시 사람들이 상상했던 도시의 미래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늘 높이 치솟은 마천루와 이들을 연결하는 기차,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는 비행기, 그리고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의 행렬 등등…. 오늘날에는 별반 새로울 것도 없지만 당시로서는 꿈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영화는 훗날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나 <블레이드 러너>(1982)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SF 영화의 할아버지답게 당시에 상상할 수 있던 기술을 집적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려냈다.
영화가 제작되던 1920년대 후반의 도시는 신기술로 넘쳐났다. 헨리 포드가 만들어낸 포드 T형 자동차는 서서히 대중화되어 가고 있었고, 막 등장한 냉장고는 여성들을 가사 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자동차를 타고 좀더 멀리 출퇴근할 수 있게 된 남자들과 날마다 시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된 여자들은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 집을 갖고자 했다. 따라서 도시는 교외로 마구 확산되기 시작했다. 도심에는 더 높은 그리고 더 큰 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섰으며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의 철저한 분리로 인해 도심의 밀도는 더욱 높아졌다.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준공된 것이 1931년이니 이미 마천루도 실현 가능한 기술로 다가서던 때였다.
7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도시는 프리츠 랑이 상상하던 것 이상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비행기가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안 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던 미래 도시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다 실현되었다. 한국만 하더라도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반경 3시간의 거리에는 인구 1백만명 이상의 대도시가 40개 이상이나 있다. 곧 5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인구가 3천만명이나 되는 도시도 등장했다. 뉴욕과 도쿄를 3시간에 주파하는 비행기가 개발 중이고, 남한 전체는 이미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뀌었다. 체감 거리만 좁아진 것이 아니다. 저녁 먹고 이웃집에 놀러 다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동네에서 이웃을 찾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이웃을 사귀고, 여차하면 동아리를 만들며 모여 산다. ‘사이버 시티’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듯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100년 후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무의미하기조차 하니, 아쉬운 대로 지금 도시에 출현하고 있는 신기술만 몇 가지 들여다보자.
유비쿼터스 기술 결합된 도시 ‘유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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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라미드 모양의 미래 도시로서 건물군을 묶어 놓은 형태의 `트라이-2004` | ||
예전에도 1.6km의 높이를 갖는 단일 건물로 도시를 만든다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1마일 도시’나 피터 쿡의 ‘움직이는 도시’ 같은 거대한 구상들이 있었으나 이 구상이 나오던 1950~60년대의 기술로는 실현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와 중동에서는 100층 이상의 건물 수십 동이 시공 중이거나 계획 중이다. 2007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타이완의 ‘타이베이101’(1백1층, 5백8m)이지만 이 기록은 몇 년 안에 바뀔 것으로 보인다. 피터 쿡의 구상은 아직도 실현되기 어려우나, 적어도 라이트의 계획안은 이제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라이트의 구상을 훨씬 뛰어넘는 계획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몇 가지만 추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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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에로폴리스 2001`의 개념도. | ||
‘트라이(TRY)-2004’도 도쿄에서 발표되었는데 일본의 시미즈(淸水)건설이 주도한 이 구상은 피라미드 모양의 미래 도시로 높이는 약 2천m에 달하고, 건물군을 묶어놓은 새로운 피라미드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두 번째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아일랜드> (2005년)의 첫 장면은 침대에서 일어난 주인공에게 컴퓨터가 당일의 온도와 습도를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화장실에서는 그날의 컨디션과 건강 상태가 아울러 파악된다. 부엌의 냉장고는 그 속에 든 재료로 조리할 수 있는 요리의 종류와 조리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론 선택은 주인의 몫이다. 이것은 미래 기술이 아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실험 중인 지능형 주택이 갖고 있는 기능의 일부일 뿐이다.
이제 주택은 사람의 뜻에 따라 지어지고 배치되며 부수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며 관리하는 매니저와 같은 존재로 변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고, 고령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우리는 더욱 영리한 주택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택은 그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에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최적화하는 공간으로 기능이 바뀌게 된다. 이런 기술은 주택에만 적용되지 않고, 도시 공간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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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일랜드>의 한 장면. | ||
80년 전에 프리츠 랑이 영화에서 묘사한 도시나 50여 년 전에 라이트가 구상했던 도시는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화젯거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 메트로폴리스나 1마일 도시는 더 이상 상상 속의 도시가 아닌 현실이며, 이보다 더한 거대 규모의 구조물들이 우리 도시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당시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은 이제 우리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덕분에, 오늘날 영화감독들이 99년 후의 도시를 무대로 삼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김세용(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시사저널 [909호 2007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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