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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뒤흔드는 뛰어난 10인에 선정된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교수(기계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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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데니스 홍 버지니아 공대 교수

"로봇을 만들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합니다. 잠자기 전에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이 훌륭한 기술을 낳을 수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 기계공학과의 데니스 홍(38·한국명 홍원서·사진) 교수는 지난달 미국의 과학 잡지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가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Ten Young Geniuses Shaking Up Science)`의 한 사람으로 뽑은 로봇학계의 차세대 리더다. 최근 공동연구 논의차 방한한 그는 틀에 매이지 않는 창의력을 로봇 개발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홍 교수는 고려대 기계공학과를 다니다 1992년 미국 위스콘신대로 유학 갔다. 퍼듀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마친 뒤, 2003년부터 버지니아 공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신이 항상 강조하는 독창적 아이디어로 성공한 과학자다. 파퓰러 사이언스는 "홍 교수는 자연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의 원리를 더욱 발전시켜 정교한 로봇을 개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세 발로 가는 보행 로봇이다. 사람이 걸을 때면 한 발은 땅에 딛고 다른 발을 추처럼 앞으로 흔들어 전진한다. 홍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발로 땅을 딛고 다른 다리를 흔들어 앞으로 나가는 로봇을 만들었다. 사람이 인대를 이용해 손가락을 구부리는 데 착안해 모터 대신 공기압으로 힘을 조절해 달걀을 집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로봇 손도 개발했다.

최근 화제가 된 로봇은 지난 8월 공개한 시각장애인용 로봇 자동차다. 시각장애인이 자동차에 올라 헤드폰 끼고 컴퓨터의 `음성` 지시대로 핸들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컴퓨터는 거리와 장애물을 레이저로 측정한다. 속력이 빠르면 운전자가 입은 조끼에서 진동이 온다. 시연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이 자동차로 굽은 도로를 아무 문제 없이 주행해 당시 워싱턴포스트 1면을 비롯해 CBS·NBC·영국 BBC·일본 NHK 방송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홍 교수는 "지금은 핸들에 눈금을 매겨 몇 칸 정도 이동하라고 지시하지만, 앞으로는 시각장애인의 뛰어난 촉감을 이용하는 진동 장갑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년 내 시각장애인용 자동차가 완성될 것입니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죠. 자동차면허나 보험제도도 바꿔야 합니다. 비행기가 하늘에서 자동조종장치로 움직인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잖아요. 결국 시각장애인들도 운전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봇학계의 차세대 리더가 생각하는 미래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5D 영역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로봇 과학자들은 흔히 로봇이 `더럽고, 지루하고, 위험한(Dirty, Dull, Dangerous)` 3D 분야에서 먼저 사용될 것이라고 말한다. 청소나 자동차 조립, 지뢰 제거 로봇 등이 그런 예다. 홍 교수는 여기에 `어렵고, 멀리 있는(Difficult , Distance)` 2D 분야를 더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봇의 지능이 발전하면서 보다 어려운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 통신기술의 발달로 사람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도 작업할 수 있습니다." 홍 교수는 "이 5D 영역에서는 의료나 군사용 로봇이 로봇 상용화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교수는 한국 과학자들과 공동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는 최근 KAIST 오준호 교수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의 축소판인 `미니 휴보`를 개발했다.

그는 미 국립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아 휴보의 센서나 지능을 개량해 전 세계 로봇과학자들의 연구모델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와 드렉슬대 , 펜실베이니아대와 KAIST, 서울대, 고려대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국내의 로봇 연구가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국내 로봇학계에서 한국의 뛰어난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한 유비쿼터스 로봇이 주목을 받고 있다. 모든 가전기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일종의 로봇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교수는 "로봇은 역시 무엇인가를 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런 기능이 없다면 로봇이 아니라 컴퓨터"라고 말했다.

홍 교수가 로봇 과학자가 된 것은 집안의 영향이 크다. 부친 홍용식 박사는 보잉과 에어로스페이스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74년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담당 부소장으로 귀국해, 인하대 교수와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을 역임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항공우주 공학자다 . 형 또한 미국국방연구원의 연구위원이며, 누나는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원이다.

"식탁에 둘러앉아 나누는 얘기가 대부분 과학에 대한 것이었어요. 아버지와 함께 원격조종 비행기나 로켓을 만들며 시간을 많이 보냈죠. 아무리 엉뚱해 보여도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것도 그때 배웠습니다."

홍 교수는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공상을 즐긴다. 침대 곁에는 늘 공책과 연필이 있다. 잠에 들기 전 마음대로 공상을 하다가 문뜩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기 위해서다. 세 발로 가는 로봇에 대한 생각도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한다. 오늘 밤 그의 머리에서는 어떤 로봇이 춤을 추고 있을까.